연구노트 (7) 틀린 답의 친구
결국 딥러닝의 세계에 들어섰다. 예전에 잠시 코딩을 배우다가 말았는데, 그 덕에 파이썬이라고 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아주 저렴하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컴퓨터가 어떻게 굴러가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함께 얻을 수 있었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길 무렵, 한 발 더 나아가 딥러닝이 어떤 것인지 알아보다가, 이건 내 세계가 아니겠거니,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제 와서 다시 그 녹슨 칼을 꺼내들었다.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말이 점점 크게 다가오는 시대, 어딜 가나 컴퓨터를 활용한 연구가 산적해 있다. 역사 연구에 있어서는 아직 컴퓨터를 접목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돌파구는 있어 보인다. 사료의 대량/고속 판독 등 온라인으로 대화하는 ‘인공지능’에게 요청하기 어려운 일들을 딥러닝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논문을 하루바삐 써야 하는 때에 코딩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나는, 나름대로 절실한 마음을 갖고 있다. 점점 속도감이 넘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있는 재주 없는 재주 모두 긁어모아 급히 변하는 삶에 적응해나가야 한다, 논문을 ‘생산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시대라면 그에 알맞게 글을 효율적으로 쓸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논문의 근간인 사료를 정밀하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능력 아래 논문의 의미와 생산성을 함께 궁리할 수 있다.
메모를 끄적이는 동안에도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딥러닝은 옆에서 계속 돌아간다, 이 전기 먹는 귀신은 아주 오래 돌고 있다. 이 귀신이 나에게 얼마나 효율적인 도구로 기능할지는 모르겠으나 그저 친구 정도만 된다면 좋겠다, 내 공부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완벽히 틀린 답으로나마 위로하는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