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학의 보따리 (1) 살핀다는 것

하루에 한 번, 부모님께 전화를 드린다.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다. 감감무소식인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마음, 그 마음을 제대로 살피지 않는 자식, 그 자식이 바로 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 지가 오래 되지 않았다.

선생님께서 전화 통화를 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수화기 너머에는 선생님의 모친이 계셨다. 선생님께서는 매일 안부를 여쭙는 연락을 드린다고 하셨다. 그렇구나, 그런 것이다.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낯선 망설임 끝에 전화를 걸었다. 몇 차례의 신호음이 지나고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잘 지내니, 밥은 먹었니, 오늘은 아침 일찍 전화했네, 지금은 어디에 있니, 선생님께는 잘 인사드렸니, 강의는 잘 마쳤니. 매일 이어지는 대화에는 눈에 띄는 충격적인 선언은 없다, 그저 일상의 교환.

한 달에 한 번은 춘천에 내려간다. 내려가서는 함께 밥을 먹는다. 밥을 먹고 나서는 아버지께서 손수 내려주시는 커피를 마신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사온 과일향이 가미된 홍차를 드신다. 그 자리에도 큰 이야기는 없다. 아버지의 여전한 농담에 어머니께서 웃으시는 모습을 지켜볼 뿐.

크지 않은 것들을 찬찬히 살피는 일은 별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대단하지 않은 일을 조금씩 쌓다보면, 흐뭇한 마음으로 그간의 과정을 돌아볼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조금씩, 천천히.

글도 마찬가지. 남들에게는 대단해 보이는 작업이 아닐 수 있다. 눈에 띄는 화려한 제목의 글들을 신속하게 써내는 일은, 애석하게도 내 몫이 아닌 것 같다. 그런 마음으로 조금씩, 천천히. 남보다 앞서야겠다는 조급함보다, 기꺼이 낮추는 겸손함으로 작은 것들을 하나씩 살피자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