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잡담 (5)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시와의 이야기를 꺼낸 김에, 묵혀두었던 노래를 꺼내 들었다.
나는 노래를 들을 때 가사보다 가락을 더 깊게 듣는 경향이 있다.
사실 사람의 말을 들을 때도 그래서, 가끔 그 어조에 취해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적도 종종 있다.
이 노래도 처음에는 멜로디가 좋은 것 같아서 좋아했다.
그러면서 점점 가사에 관심이 갔다.
방황을 위로하는 따뜻함, 거기에 어떤 배경이 있었을까 궁금했다.
우연히 시와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게시글을 주루루 훑어보다가, 앨범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는 글을 보았다.
공지영과 츠지 히토나리의 공동 연재작을 보다가 마음에 다가오는 구절을 가사로 풀어냈다고 한다.
나는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직업병처럼 그 출처를 찾았다.
찾았다. 다행이다.
이제 글을 찬찬히 읽으면서 따뜻함을 느껴야지.
이상하게도, 글을 읽으면서 따뜻함보다는 부끄러움이 생겨났다.
왜 그랬을까를 곰곰이 생각했다.
주인공이 침울해 있을 때 옆사람이 건넨 따뜻한 말.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할 때,
가만히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겨
마음의 강에 물결이 잦아든 고요 속에서
어디로 흘러가고 싶어 하는지
나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어떻게 해야 하나에 골몰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에게 나는 어떻게 했나.
그 옆사람은 자신의 힘을 내어 따뜻함을 전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을까.
내 힘을 내어 다른 사람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묵혀두었던 노래를 꺼내 들으면서,
그때의 생각을 생각한다.
시와 -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https://www.youtube.com/watch?v=AxcmPthFQfY
너랑 전화 끊고 집 앞에 뭘 좀 사러 나가는데 우리 아파트 양지 뒤쪽에 노란 개나리가 몇 개
보였어. 이렇게 추운데도 노랗게 피어난 거야. 홍아, 때로 봄에도 눈 내리고, 한겨울 눈발 사
이로 샛노란 개나리꽃이 저렇게 피어나기도 하잖아. 한여름 쨍쨍한 햇살에도 소나기가 퍼붓
고, 서리 내리는 가을 한가운데에서도 단풍으로 물들지 못하고 그저 파랗게 얼어 있는 단풍나
무가 몇 잎은 있는 것처럼, 이 거대한 유기체인 자연조차도 제 길을 못 찾아 헤매기도 하는
데, 하물며 아주 작은 유기체인 인간인 네가 지금 길을 잃은 듯하다고 해서 너무 힘들어 하지
마. 가끔은 하늘도 마음을 못 잡고 비가 오다 개다 우박 뿌리다가 몸부림치기도 하는데 네 작
은 심장이 속수무책으로 흔들린다 해도 괴로워하지 마.
그냥 시간에게 널 맡겨 봐. 그리고 너 자신을 들여다 봐. 약간은 구경하는 기분으로 말이야.
네 마음의 강에 물결이 잦아들고 그리고 고요해진 다음 어디로 흘러가고 싶어 하는지, 눈이
아프도록 들여다 봐. 그건 어쩌면 순응 같고 어쩌면 회피 같을지 모르지만 실은 우리가 삶에
대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대응일지도 몰라. 적어도 시간은 우리에게 늘 정직한 친구이니
까. 네 방에 불을 켜듯 네 마음에 불을 하나 켜고… 이제 너를 믿어 봐. 그리고 언제나 네 곁
에 있는 이 든든한 친구도. 지희.
공지영, 츠지 히토나리, “먼 하늘 가까운 바다 <28>”(『사랑 후에 오는 것들』), 한겨레신문
연재,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