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잡담 (7) 백신이 두려운 이들에게
거두절미하고, 난 맞았다. 나라의 일선에서 방위를 책임지다가 나이가 들어 물러난 퇴역병들에게 마지못해 주는 나라미 같은 백신의 느낌도 다소 있지만서도, 흔쾌히 소중한 기회로 삼았다. 불안함이 없었는가 하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난 월드컵 때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시끌시끌한 경우의 수와 확률의 전쟁 속에서도 나름의 평온을 유지했다. 그래서, 맞았다.
가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대이다. 정보의 홍수는 신문으로 텔레비전으로 컴퓨터로 휴대폰으로 그 바깥으로 흘러넘쳐 거리를 잠식한다. 익사할 듯 차고 넘치는 정보에 선대가 닦아놓은 길은 사라지고 자유영만 남았다. 그 와중에도 자신이 득보는 일을 잘 챙기지 않으면 바보 소리를 듣는 세상, 나 이외의 사람들은 그렇게 열심히도 바쁘게도 살아갈 수 있는 걸까.
점점 나이가 차오르면서 이제 시류에 조금씩 뒤쳐지는 아재 대열에 진입하는 것인지. 원래 천성이 느려서 이미 아재였던 건지. 누군가, 세상을 잘 이해하려면 모든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던가. 요즘은 비판적으로 봐야 할 대상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쏟아지는 탓에 이게 내 능력으로 가능한가 싶다. 격동하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은 그저 ‘선택하라, 그리고 믿어라’, 가 아닐지.
백신이 그렇다. 무엇에 기대야 할지 알 수 없는 세상에, 각자의 이상에 걸맞는 선택과 그 무한한 믿음이 스스로를 구원하리라. 접종의 이득과 비접종의 안전을 어떻게 가늠하리이까. 어떤 믿음은 맹종을 어떤 믿음은 의심을 거듭하니 믿음은 곧 각자의 선택이자 진리요 끝나지 않는 불안이 된다.
정보의 보편은 혁명을 낳았건만, 정보의 홍수는 맹종과 신앙을 낳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