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감각

사후세계에 대한 상상을 유쾌하게 다룬 드라마를 보았다.
꽤나 긴 시리즈의 드라마 말미에서 인간의 삶에 대한 신비함을 느꼈다.

한겨울 따뜻한 방 안 모니터 앞에 앉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쥐고 있는 손에서 차가움을 느끼
는 것도,
덥수룩한 머리를 쓸어넘기다가 뭉친 부분에 손가락이 걸려 머리를 감아야 하나 귀찮아 하는
것도,
가만히 책장에 꽂혀 있는 고서적을 보면서 저건 여기에 오기까지 어떤 손길들을 거쳐왔을까
상상하는 것도,
배가 고파 휴대전화로 햄버거 하나를 배달 주문해 먹으면서 짭조름한 맛을 보는 것도,
해야 할 공부를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으면서 스스로 만든 죄책감을 망연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도,
껄끄러운 사람과 내키지 않는 대화를 이어가는 것조차도,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감각하는 일,
모두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