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노트 (3) 학술대회
대학원에 들어와 많은 학술대회를 다녔다. 국사편찬위원회에는 각종 학회의 각종 학술대회 안내가 올라오곤 한다. 석사과정에 들어와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두근두근. 학술대회장에 가서도 두근두근. 되도 않는 질문을 할 때에는 두근세근네근. 달에 서너번 이곳저곳을 쏘다녔다.
밥 먹듯 학술대회 정보를 찾고 발품을 팔았다. 발표와 토론과 진행을 하시는 선생님들께서는 대체 어떤 공부를 해오셨을까. 논문은 어떻게 쓰는 걸까. 단행본은 어떻게 쓰는 걸까. 이 학계라는 것은 어떤 공동체일까. 하나하나 감각하는 일이 즐거웠다.
학부생 때 두려움과 설렘을 마주하면서 참가했던 학술대회, 그 대회를 주관하는 학회의 대회총괄간사가 되었다. 곧이어 다른 학회의 총무간사가 되었다. 또다른 곳의 실무 전반을 하는 조교도 되었다. 숱한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학회지를 발간했다. 풍파의 연속.
대학원 생활 내내 그 전쟁통을 겪으면서 혹여 진절머리가 나지는 않았는가? 믿거나 말거나, 그 열띤 도전의 공간은 오히려 나를 격려하는 장이었다. 학술대회를 위한 다과를 채워넣으면서도, 대회장에 슥 들어가 발표와 토론을 듣는 일은 여전한 기쁨이다.
어제의 학술대회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여러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그 공간의 활력은 내가 이 학문공동체에 나름의 기여를 하고 싶게끔 하는 힘이 된다. 이 주장은 엄청나다,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이건 왜 그럴까, 이걸 질문해볼까, 두려움, 어색함, 부끄러움을 한껏 뒤집어 쓰고 결국 나아가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오른다.
오늘의 학술대회는 어떨까. 여느 대회와 같이, 자료집을 만들며 읽었던 글들이 발표되고, 많은 대회 참가자의 상호토론이 이어질 테지. 나는 또 여러 선생님께 인사드리고, 여러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바보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글을 쓸 테다. 어쩌면 무의미해 보일 수도 있는 이 반복되는 굴레는, 나선을 타고 피안의 세계로 우리를 이끄는 동력이 아닐까, 그간 아무도 닿지 못했던 앎을 간신히 채어 쌓아 온 선학들의 격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