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정류장에서

짐을 한가득 손에 쥐어들었다. 소중한 인연에게 드릴 작은 것과, 집에 놓아둘 큰 것이다. 그리
무겁지 않다, 내 오밀조밀한 근육이 자연스럽게 들고 있을 만큼.

버스정류장에 섰다. 땅에 물건들을 내려놓기 싫어 가만히 들고 있었다. 순간 느껴지는 정적.
내가 들고 있는 짐의 무게와, 그 무게를 견디고 있는 나의 힘이 묘한 균형을 이룬다.

잠에서 깨면 내 몸과 생각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하지만 버스를 기다리는 나는 그 움직임을
절대적으로 멈추고 고요하다. 언덕을 스쳐오는 바람과, 주변에 어지러운 자동차 소리와, 내 호
흡이 느리게 다가왔다. 느린 흐름은 너무나 어색했다. 천천히 한 발만 내딛었다. 삽시간에 다
리에 퍼지는 한겨울의 한기.

깨달음은 완벽히 정지된 순간을 의식적으로 찾아가는 과정은 아닐까. 그러다 내가 완벽히 정
지되어버리면 어쩌지. 나는 손에 쥐고 있는 것이 아직 너무나 많다. 무섭다. 그리 내키지도 않
는다. 그래서 구도자는 속세를 떠나야 하는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