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27

저녁을 먹고 살짝 어두워질 무렵 산책을 나갔다. 늦여름 날은 산뜻했고 선선한 바람이 감돌았다. 반팔 차림의 나는 그 바람을 느릿하게 걷는 내내 선명히 느꼈다. 그만큼 또 다른 계절이, 다른 세계의 시간이 밀려왔을 것이었다.

웅크려든 몸과 마음 덕분에, 그간 당연하게 느껴왔던 오고가는 말들을 찬찬히 살폈다. 이 가로수는 회화나무야, 연두색 열매를 맺지, 곧 오는 가을에 볼 수 있을 거야. 여기 텃밭에서 이것저것을 길렀는데, 지금은 안 해,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다른 걸 해봐야지. 언뜻 작아보였던 말들은 찬바람을 멈추는 온화한 기운을 담고 있었다.

이 풍경을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있을까. 남들이 말하는 대단한 삶을 향하는 도중에 이런 당연한 삶이 잊히는 것 같아 아쉬웠다. 결국 삶은 서로를 아끼는 사람을 찾아 함께 하는 일에서 그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것일 텐데, 바로 옆에서 나란히 걷는 사람과의 시간은 분명 낭만적인 것이었다.

당신의 끝을 준비하는 듯한 말에는 어김없이 버럭대는 한편으로, 피할 수 없는 순간이 느린 듯 빠른 듯 밀려오는 광경을 지켜본다. 준비란 그 순간이 다가왔을 때 담담한 표정을 지으려는 것이 아니라, 선잠이 든 내게 다가와 얼굴 여기저기를 살피면서 가만히 손을 주무르는 그런 매순간을 가까이에 두는 것이겠다.

모자란 내가 매순간을 아끼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사람을 아끼기 위한 공부를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