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노트 (17) 성장통

언젠가, 운동을 참 좋아하는 친구가 했던 말. 근육은 운동을 한다고 생기는 게 아니야, 운동은 기존의 근육을 ‘찢는 일’, 그 찢긴 상태에서 얼만큼 좋은 영양분으로 그 사이를 채우는가, 이 일련의 모든 과정이 곧 ‘운동’이고 건강이야.

처음은 소박했다. 어린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의 장점, 앞뒤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재지 않고 들이밀 수 있는 용기. 사명감 따위는 먼 나라 이야기, 그동안도 재미 있었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 그러나 글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게 진짜인 모양인지. 밝은 북극성을 보면서 방향을 잃고, 눈앞에서 군자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나를 제대로 꾸짖지 못하는 풋내기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

우여곡절 끝에 어쩌면 이 공간 안에서의 마지막일 수도 있는 심판대에 섰다. 뼈아픈 비판에 담대하지 못하더라도 회피하거나 옹졸해지지는 말아야지, 그런 마음으로 수백수천의 숙독을 거친 병든 글에 또다시 칼을 대었다, 또다시 무력함을 느끼면서 계속 숨을 불어넣었다.

심판대에 선 나도, 심판을 내리는 분도, 그 심판을 지켜보는 많은 분들도 한결같이 나와 내 글의 건강을 바라고 있다. 혼자였다면 느끼지 못했을 이 지난한 치유의 고통. 어쩌면 그 치유의 끝에는 백옥의 소인이 아닌 상처투성이의 대인이 남아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