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으로 배운 사랑
가끔 나의 행동이, 내 삶이 세상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생각할 때가 있다. 밥을 양껏 먹고 산
소를 있는 힘껏 들이마시면서 살아간다, 그렇게 내 안에 들어온 밥과 산소는, 나라는 양초를
조금씩 태운다. 점점 타들어가는 삶, 언젠가 다가올 끝은 필연이다. 진짜 자유롭고 멋있고 찬
란하게 살고 싶은데, 사방팔방에 있는 톱니바퀴들에 둘러싸여 손발이 묶인 채 산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의 친절과 호의와 배려와 노력, 성실한 모범수마냥 매일같이 나를 태워야 하
는 삶. 왜 나는 이 나를 옥죄어 오는 삶을 견디고 버텨야 하는가?
…
옛날에는 사람들이 나무가 다 타면 재만 남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아, 나무가 타면서 무언가
가 바깥으로 빠져나가 사라지는구나. 태우는 행위는 나무를 잿더미로 만드는, 나무를 망치는
행위구나.
언젠가 학교에서 위인이라고 들었던, 라부아지에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야, 나무를 태운다는
건, 나무에 산소를 결합시키는 거야. 나무와 산소가 서로 뭉쳐 한참을 활활 타고 나면, 당장은
눈앞에 있는 잿더미만 보이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이산화탄소가 온 세상에 퍼진다는 걸 잊
지 마.
이 순간에도 나는 숨을 들이쉰다. 산소는 나를 태울 것이다. 크게 숨을 들이쉰다. 산소는 결국
나를 서서히 죽일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끊임없이 들이마신다. 보란듯 들이키며 지금의 삶을
지탱한다. 역경은 나를 서서히, 끊임없이 죽음으로 몰아가겠지, 그렇더라도 나는 그를 품어야
한다. 삶을 지키기 위해, 삶보다 더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얕은 위선이나마 세상에 전하기
위해, 지치지 않고 밀려드는 소용돌이를 나는 더없이 고요한 마음으로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